기술적 복제 시대와 현대 예술

Junho Park, Feb 11, 2018




기술적 복제가 가능한 시대의 예술은 어떻게 왔고, 어디를 향해 가나.



우리는 기술인 복제가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20세기 초, 이미 예술 분야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집필한 발터 벤야민의 관점은 복제가 더 고도화되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변화하는 이 시대의 현대의 예술가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 혁명으로 인해 급변하는 시대를 예술을 통해 읽었다. 그는 그림이라는 예술의 한 장르가 사진으로, 나아가 영화로 대체되는 20세기에 살면서, 예술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을 통해 기존 예술 형식의 종말을 포착한다.

그에 따르면 예술은 기술적 복제 가능성으로 인해 아우라를 잃는다. 과거의 예술에는 신성함, 신비로움, 지금, 여기라는 가치가 숨겨져 있었다. 아우라를 잃어버린 예술을 접하는 대중과 함께 예술의 제의적 가치는 점점 상실된다. 현대 예술은 더 이상 제의 가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모습은 아니다. 제의적 가치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예술은 예술 위한 예술이라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또 다른 신학, 혹은 교의와 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그 가치를 지닌다.

벤야민은 그림과 영화를 통해 아우라가 사라진 대중 예술의 시대로 흘러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대중에게 그림은 가까이에 있지만 더 분리된 것이었다. 영화는 분리되어있지만 더 가까워지고, 집단의 형태로 나타난다. 관객은 복합 예술의 한 장르가 된 영화를 통해 무의식적 시각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 즉 예술에 대중의 영역이 정착되는 것이다. 특히 영화는 기술의 예술적 활용과 과학적 활용을 동일한 것으로 인식시키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벤야민은 이를 영화의 혁명적인 기능으로 바라본다.

아우라가 없어진 이후의 예술은 상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술에 참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며, 기존의 일방적인 예술-관객 사이 관계는 무너졌다. 관객에게 투고의 길이 열린 것이다. 기술적 복제 가능성으로 인해 기존의 예술은 특권적 성격을 잃었고 현대적 가치와 단절된다. 기술 복제 시대는 그 장벽은 끊임없이 무너트리면서 새로운 예술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다.



예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나아갈 시대보다 한 발 앞선 수요, 완전한 충족의 시기가 도래해 있지않은 수요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즉, 시대의 첨단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는 일이 예술가의 과제이다.

벤야민은 완성된 예술이 자리 잡는 과정을 독창적으로 바라본다. 대중 속에 자리잡은 완성된 예술의 형식에는 발전 경로의 교점이 드러나는데, 먼저 기술이 일정한 예술 형식을 지향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일정한 발전 단계 이후, 새 형식에 의해 실현될 효과를 목표로 삼기 시작하고, 특정 기술이나 효과를 대중으로 끌어 올리려는 시도가 행해진다. 결국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변화들이 새로운 예술 형식을 위해 도움이 되는, 예술 작품의 수용 방식의 변화를 목표로 하게 된다.

예술 형식의 역사에서 위기에 직면한 시기에 예술 형식이 추구하는 방식은 시간이 흐른 이후 사후 분석을 통해 드러난다. 위기 속의 예술가들은 기술 수준의 변화 이후 새로운 예술 형식의 도래, 그 이후 얻게되는 효과를 목표로 돌진한다. 예술가의 근본적으로 새롭고 획기적인 수요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는 목표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기술적 복제가 가능한 시대를 겪은 다다이스트의 인식은 상업적으로 환산되는 예술과는 대조적인 길을 걸었다. 그들은 관조적 침잠을 통해 서서히 스며들어가길 원한다. 다다이스트의 작업은 소재의 무가치화, 작품의 무용성과 같은 특징으로 드러나는데, 전통 예술의 아우라를 파괴시키고, 작품에 가차없이 복제의 낙인을 찍는다. 이러한 운동의 쇠퇴기에 나타나는 조야함과 과도함은 예술의 역사적 힘들의 중심에서 드러나는 면에서 유의미하다.



그렇다면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예술을 행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예술은 정신 집중을 요구하는 모습에서, 이제는 무심결에 수용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대중화된 예술은 콘텐츠로 승화된다. 콘텐츠는 예술을 소비의 대상으로 든다. 콘텐츠는 시장에서의 니즈를 통해 생산되고 소비된다. 기술 복제화를 통해 대중화된 예술은 기존의 예술 소비 방식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켰다.

현대 예술은 아메바와 같이 그저 자극을 주고 반응하는 모습으로 대중 그리고 기술과 결합한다. 오늘 날 예술은 디지털 아트, 미디어 아트, 인터렉션 디자인과 같은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기술을 끊임없이 수용하고 대중과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현대 예술은 무가치함의 냉전 속에서 이루어진다. 획기적인 수요를 만들어 내야 할 우리의 작업은 예술 본연의 무가치함을 극복해야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상업적으로 환산된 예술을 인정하고, 복제를 비롯한 모든 것들을 이용하여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현대 예술은 이런 환경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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