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초, 파일 정리


— 디자이너가 파일과 폴더를 정리하는 법
 


Soohyun Jeong, Aug 21, 2019






디자인 업무를 진행할 할 때 가장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파일 정리다. 그러나 디자이너 중 파일 정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나 역시 몇 년 전까지 그랬다). 게다가 그 중요성에 비해 학교나 직장에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체계를 정리할 겸 우리 스튜디오의 경우를 정리해 공유하고 싶었다.

나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파일 관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지금의 체계는 전적으로 모든 것을 분류하고 정리해야만 성에 차는 파트너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일 정리를 못 하는 사람의 머릿속을 누구보다도 잘 알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나약한 마음 또한 잘 안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정리 잘하면 좋지’가 아닌, 2년간 습관을 고치면서 깨달은 실무적인 이점과 함께 파일을 정리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써보고자 한다.



1. 파일 정리의 출발점

| 위계 설정



폴더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때의 시작점은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몇 번의 클릭이 귀찮더라도 폴더가 다층적으로 구성되어있어야 한다. 이유는 위의 사진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왼쪽 사진보다 오른쪽 사진처럼 폴더 개수가 적을 때 판단이 빨라진다. 눈으로 보면서 시간을 지체하기보다는 손을 움직여서 시간을 단축하자.

위계를 설정하려면 운용하는 프로젝트가 어떤 순서로 흘러가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파일들이 생성되는지 알아야 한다.

계약서, 견적서, 리서치 사진, 프레젠테이션 문서, 디자인 과정 프로그램 파일, 수많은 이미지들…

작업 과정에서 생성되는 파일은 잠시만 생각해도 정말 많다. 이 파일을 작업 과정이나 형식, 상황에 따라 나누면 된다. 우리는 아래와 같이 분류했다.

회색 박스로 감싼 붉은색 글자는 폴더명, 파란색 글자는 파일명 규칙이다.

✦ 상위 폴더에는 <연도별 프로젝트>, <회사 자료>, <휴지통>이 있다. 연도별 프로젝트 내부 개별 프로젝트 폴더는 네 가지(문서/디자인/커뮤니케이션/파이널)로 분류를 제한한다. 하위 폴더는 상황에 따라 변동된다.

✦ 작업을 하다 보면 이전 파일을 확인하거나 다시 쓸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작업 중인 폴더에 지난 파일을 쌓아놓으면 파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따라서 작업이 진행되는 폴더에는 <#Archive> 폴더를 만들어서 지난 작업 파일을 보관한다. 정리하자면 파일의 위계는 작업 진행 중 파일 / 이전 파일 / 버리는 파일 세 단계다.

✦ 폴더 이름 앞에 숫자를 붙이는 이유는 이름순으로 정렬했을 때 원하는 순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폴더를 규칙적이고 깔끔하게 정돈하는 역할도 한다.

이 체계에 익숙해지고 나면 파일을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일차적인 장점뿐 아니라, 생각이 정돈되며 자연스럽게 체계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는 정말 큰 장점이 있다. 또한 작업물을 저장할 때 지체 없이 빠른 저장이 가능하며, 작업 중 불필요한 생각(어느 폴더에 저장하지? 폴더 이름을 뭐로 하지? 등)이 줄어들고, 작업자 간 소모적인 커뮤니케이션도 없어진다(그 파일 어딨지? / 00폴더 안에 00폴더 안에 0000파일이요). 이렇게 되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멤버도 알아서 해당 파일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당연하게도 작업 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진다.





2. 폴더 정리의 핵심

| 파일 이름



폴더 정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파일 이름이 통일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앞의 사진에도 나와 있지만 파일 이름의 기본은 항상 위와 같다. 파일 이름에는 띄어쓰기를 쓰지 않고 모두 하이픈- (또는 언더바_)로 표기한다. (이름의 구성 요소를 잘 보이게끔 나눠주는 역할이 제일 크지만, 띄어쓰기를 쓰는 경우 가끔 오류가 날 때도 있다고 한다)

✦ 디자인 업무에서는 파일을 수정할 때마다 계속 새로 저장하는 것보다 큰 변화가 있을 때 버전을 달리해서 버전별로 저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대부분 클라이언트 미팅을 기점으로 큰 수정사항이 있기 때문에 미팅 후 버전이 달라질 것이다). 같은 내용의 파일을 여러 명이 수정한다면 버전 뒤에 작업자 이름을 쓰기도 한다.

✦ 작업이 끝난 최종 파일은 마지막에 버전 대신 fix, fin 등으로 표시해준다. 단 프로젝트 진행 중 섣부르게 결정하지 말고,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 후 최종적으로 파일을 정리할 때 표기하자.

✦ 날짜를 쓸 때는 연도를 2019가 아닌 19로 축약해서 쓴다. 1919년이나 2119년 파일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연도만 쓰는 가장 상위 폴더만—심미적 이유로—네 자릿수를 다 표기했다)

✦ 여러 장의 관련 사진인 경우 이름을 한 번에 바꾸는 게 편하다. 맥에서는 파일 우클릭 후 "00개의 항목 이름 변경…"을 통해 가능하다.

이처럼 파일 이름을 잘 정리해 놓으면 파일을 잃어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급히 담당자에게 파일을 전달할 때도 파일 이름을 수정하는 등의 부가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3. 폴더 정리의 마무리

| 몇 가지 팁



작업은 저장부터 하고 시작하자

디자이너는 작업 중 파일이 날아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저장을 해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저장을 눌렀는데 컴퓨터가 파일 경로와 이름을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면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그때마다 작업과는 상관없는 고민(파일 이름, 저장 위치 등)을 하게 된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작업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파일 정리를 미루고, 한편으론 ‘나중에 정리해야 한다 + 나중에 파일을 못 찾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작업을 방해한다. 따라서 작업 파일은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저장하는 습관을 들이자.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까지 휴지통을 비우지 않는다

아무리 필요 없는 파일이라고 해도 만일을 위해 휴지통은 분기마다 끝난 프로젝트에 한해서 비운다.

지나간 프로젝트의 파일명과 디렉토리를 바꾸지 않는다

링크로 엮인 3D 프로그램 파일이나 영상, 인디자인 파일 등은 이름을 바꾸면 링크가 소실되므로 일체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파일들은 패키지(인디자인)/파일 수집(애프터이펙트)/프로젝트 관리자(프리미어) 등을 이용해 폴더로 만들어서 보관하자.

빈 폴더 체계를 만들어놓고 복사해서 쓰자

시스템이 복잡해지면 당연히 매번 같은 폴더를 만들기 힘들다. 정해진대로 빈 폴더 만들어 놓고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복사해서 사용한다.

나스 서버를 쓴다면 서버에서 작업한다

개인 컴퓨터에서 작업하면 공유와 업데이트에 문제가 생긴다. 서버를 쓰는 곳이라면 필히 서버 안에서 작업하도록 하자.

배경화면은 가능하면 퇴근 전에(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깨끗이 비운다

이 부분이 특히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맥을 쓴다면 ‘스택 사용’이 대단히 많은 도움을 준다. 스택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같은 속성의 파일을 뭉쳐서 보여주는 기능이다. 스크린샷의 경우 무조건 배경화면에 저장되니 상당히 필수적인 기능이다.

마우스 우클릭으로 스택을 설정할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 스택을 펼쳤을 때의 모습.


스크린샷처럼 명확하지 않은 파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경험으로는 대부분 배경화면엔 ‘딱히 어느 폴더에 넣어놔야 할지 모르겠지만 왠지 언젠가 한 번쯤은 쓸 것 같은 애매한’ 파일이 많다. 정리를 못 하는 사람이 갖는 대표적인 불안이다. 이럴 때는 하나의 폴더에 모든 애매한 것들을 쓸어 담아버리자. 몇 달이 흐르는 동안 그 데이터를 한 번도 쓰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쓸모없다는 걸 확인한 후 미련이 없어지면 휴지통으로 보내준다. 미련이 남는다면 다시 몇 달을 기다려보자(화이팅).





| 마치며


폴더/파일 정리를 체계적으로 바꾸고 나면 정말 일하기가 수월하고 쾌적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예상했던 것보다 큰 변화에 굉장히 놀랐었다. 더불어 이번에 글을 쓰면서 기존 시스템을 다시 고민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이 글을 읽게 된, 정리를 하나도 못 하던 3년 전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파일 정리가 생각보다 별 거 아니고 해볼 만하다고 느끼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