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Grid (바캉스 프로젝트)


Soohyun Jeong & Jeeyong Shin, May 15, 2021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개최한 #보따리 바캉스 전의 온라인 전시 및 인터랙티브 아트를 기획하며 “바캉스”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정리한 글이다.



그림책은 회화와 문학이라는 순수 예술이 결합된 장르지만 출판을 통한 대량생산 과정 속에서 다듬어지기 마련이다. 출판 시장의 물리적·상황적 조건은 대중성과 상업성의 균질한 필터 위에서 작가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일정 부분 제약을 만들어낸다. 제약은 인쇄 가공이나 제본의 형태일 수도 있고, 논란이 되거나 인기 없는 소재일 수도, 타겟층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떠한 예술도 그렇듯 그림책 역시 제약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춰 확장·변화하기를 꾀한다. #보따리 바캉스 전시는 독립출판이라는 지대 위에서 표현과 주제를 자유롭게 모색하는 그림책 작가 11인의 프로젝트 그룹 “바캉스”를 조명한다. 바캉스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작가들이 어떤 지점에서 어떠한 시도를 하고 싶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먼저 시각 예술에서의 시도가 있다. 익숙한 회화적 작풍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 패턴으로 그림책을 만들고(노인경, 이수지, 이명애 등), 폴라로이드나 도면으로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다(조은영, 정진호).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자 하는 시도 또한 있다. 서사—내러티브—가 아닌 감정과 감상만으로 이루어지고(이수지), 여성혐오와 지옥,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소윤경, 이명애), 빵, 화투, 카카오톡 등 일상의 소재로 풀어나가고(신동준), 하나의 물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오정택). 마지막으로 그림책이라는 매체, 물성에 대한 시도가 있다. 바캉스가 만드는 그림책은 게임판, 부적, 전단지, 컬러링북이 되고(강혜숙, 서현, 노인경), 한지를 바른 창호나 병풍이 된다(한성민, 소윤경).

바캉스 프로젝트는 그림책 프로젝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출판 시장이라는 조건과 질서가 주어지지 않았을 때 그림책이 어떤 형식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작가들의 감응 속에서 관람객들이 여태껏 숨겨져 왔던 스펙트럼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프라인 전시는 미술관에서 금년 8월 29일까지 진행되며 커머너즈가 전시의 주요 소재인 “전래동화”를 가지고 만든 참여형 인터랙티브 아트에 온라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온라인 전시는 https://hmoka-vacance.org에서 금년 10월 4일까지 진행되며 인터랙티브 아트를 포함해 커머너즈가 제작한 다양한 온라인 컨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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