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물 디자인과 디지털 디자인
Soohyun Jeong, Sep 6, 2022
제목은 웹 디자인이 일반적으로 내포하는 작업 영역의 한계를 넘어서 이야기하기 위해 디지털 디자인이라는 단어로 대체했다.
다이어그램처럼 글쓰기(조해나 드러커)-점 선 면(바실리 칸딘스키)-작업의 방식(리처드 홀리스)을 차례로 읽고.
1.
화면(스크린)에서는 조형—화면 속의 그래픽 요소—의 크기와 간격, 아주 미세한 상호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웹은 UI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면밀히 제한할 수 있음과 동시에 어떤 제한도 불가능한 상태에 놓인다. 디지털 공간은 사용자에게 디자이너가 보여주고 싶은 상태 그대로를 전달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해상도, 색상 구현력 등의 물리적 차이를 넘을 수 없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결과물을 경험하는 방식에서도 어떤 기기를 이용하는지, 인터넷 속도는 어떤지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글자의 크기라는 요소도 스크린의 크기와 그 안에서의 상대성에 따라 달라지고, 이미지와 동영상 등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안에서 또한 매번 달라진다. 이에 적응하려는 대안이 반응형 디자인이지만 이 역시 위에서 언급한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글자 크기는 넘어가더라도, 자간이나 섞어짜기 등 조금만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바로 실망스러운 답변이 도착한다. 결과적으로 스크린 속 디자인을 인쇄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완벽히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디자이너는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혹은 무시)할까.
2.
디자이너는 조형 요소 간의 섬세한 조작을 재빨리 포기하고 디지털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인 움직임과 링크라는 두 요소에 집중할 수 있다.
3.
움직임은 동영상, 밀려 나오는 글자, 슬라이드 사진, 스크롤을 이용한 액션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웹에서는 모든 요소가 움직인다. 시간과 속도, 벡터가 은유가 아니라 실재적으로 존재한다. 이 산만한 와중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움직임 속에서 어떤 것에 중심을 두고 작업을 해야 할까?
3-1.
몇 가지 안심하고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 시선의 흐름, 사용자에게 익숙한 일반적인 ui 패턴과 규칙.
움직임을 이용해서 시선의 흐름을 조작하고 ui 규칙을 이용해서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기본적인 동작을 수행하게 하는 것. 예를 들어 팝업을 열거나 닫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쓰지 않아서 페이지 내의 다양한 인터랙션 요소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게 하는 것.
4.
움직임이 연속이라면 링크는 (개념적으로는 연결과 확장이지만 시각적으로는) 단절이고, 이탈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이어그램처럼 글쓰기’에서 말하듯,
“연속성은 형태의 속성뿐 아니라 기대감에도 근거한다. (…) 다만 연속성을 느끼려면 더는 보이지 않는 앞 페이지를 기억해야 한다. 연상은 기억에 의해, 개연성으로 형성된다.”
링크는 페이지에서 이탈이지만 동시에 시각적 연속성을 갖고 사용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형태로 다음 페이지와 연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