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kt - dot - 점


Soohyun Jeong, Feb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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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상에는 원이 있다. 원은 끝없이 분열된다. 원의 분열과 상대적 크기 관계로 스크린 안에서의 긴장과 힘의 균형을 실험해보자. 스크린 공간은 유한하다. 그러나 원이 끝없이 분할될 때, 스크린은 (인식적으로) 무한해진다.





점은 하나의 조그만 세계다. —이것은 어느 정도 사방으로부터 동일하게 떨어져있으며, 주변으로부터 거의 빠져 나와 있다. 점과 그 주위의 융합은 최소한의 것으로 극미하고, 점이 가장 최고로 둥글게 완성된 경우에 이 융합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점은 그 위치에서 확고히 자신을 주장하고 있으며, 수평 수직 어느 방향이든 운동에 대한 최소한의 경향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나서거나 뒤로 물러나는 것도 전제되어 있지 않다.
바실리 칸딘스키, 「점·선·면」




점의 크기와 형태는 변한다. 이에 따라 추상적인 점의 상대적인 울림도 역시 변하게 된다. 외적으로 볼 때 점은 최소의 기본 형태라고 표시할 수 있지만,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최소의 형태’가 어떤 것이라고 정확하게 한계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점은 자라날 수도 있고, 면으로 변할 수도 있으며, 눈에 띄지 않게 전체 기초평면을 덮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점과 면의 한계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바실리 칸딘스키, 「점·선·면」




예를 들어 아주 가느다란 선이 이 기초평면 위에 들어서게 되면, (기존의 점을) 면이라고 표시해야 할 것이다. (…) 크기의 관계가 점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다만 감각적으로 그렇게 추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확한 수리적인 표현은 결여되어 있다.
바실리 칸딘스키, 「점·선·면」



한 페이지가 제공하는 공간은 유한하다. (…) 그러나 글에 내포된 연상 장에는 무한한 기회가 있어서, 끝없이 갈라지거나 여러 생각을 좇아 탈선할 수도 있다.
조해나 드러커, 「다이나그램처럼 글쓰기」



정적인 듯한 페이지 공간은 벡터와 힘이 전개되는 무대다. 정지는 요소들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고 내린 선택들이 빚어내는 착시 효과다. 평형을 낳는 해법은 무수하다. 불균형을 낳는 해법도 무수하다. 어느 쪽이 낫다고는 할 수 없다. 어떤 상태도 도덕적 가치와는 무관하다. 디자인 문제도, 양식과 비례의 문제도 아니다. 수사적 힘의 문제다. 논증 요소 간 관계의 벡터가 빚어내는 긴장이다. 그 효과는 명료하고 독립적이고 묘사와 판별이 가능하며, 요소를 조직하는 명시적 매개 변수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조해나 드러커, 「다이나그램처럼 글쓰기」